몇 번 버리고 나서야 알게 된 바나나 고르는 기준

바나나는 아이 키우는 집에서 정말 자주 사게 되는 과일이다. 껍질만 벗기면 바로 먹을 수 있고, 바쁜 아침에도 손이 가서 장바구니에 자연스럽게 들어간다. 그런데 이상하게 바나나는 “늘 사는 과일”인데도 실패가 꽤 잦았다. 집에 오자마자 한두 개가 까맣게 멍이 들어 있거나, 이틀도 안 돼서 말랑해져 버린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겉으로 보면 멀쩡해서 샀는데, 막상 까보면 속이 물러 있거나 단맛이 없어서 아이가 한 입 먹고 내려놓은 날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또 아무거나 집었구나’ 싶어서 속상했다.
한 번은 할인 코너에서 상태 괜찮아 보이는 바나나를 크게 한 송이 샀다가, 다음 날 아침에 보니 가운데 몇 개가 이미 검게 변해 있었다. 결국 좋은 것만 골라 먹고 나머지는 버렸다. 그날 이후로는 바나나도 대충 고르면 손해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다. 물론 바나나는 숙성이 빠른 과일이라 100% 성공은 어렵지만, “몇 번 버려보고 나니 확실히 실패를 줄이는 기준은 있더라”라는 쪽에 가깝다. 마트에서 장보면서 내 나름대로 정착한 기준을 경험 위주로 정리해본다.
너무 노란 바나나보다 연두빛이 살짝 남은 바나나가 낫다
예전에는 노랗게 잘 익은 바나나가 당연히 맛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색이 진하고, 갈색 점이 조금 보이는 바나나를 집어 들곤 했다. 그런데 그런 바나나는 집에 오자마자 바로 먹기엔 좋을 수 있어도, 하루만 지나도 금방 물러지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실내가 따뜻한 날에는 숙성이 더 빨라서 “어제 샀는데 벌써?” 싶은 일이 자주 생겼다.
요즘은 노란색이긴 하지만 끝부분이나 줄기 쪽에 연두빛이 살짝 남아 있는 바나나를 고른다. 당장은 덜 익은 것처럼 보여도 집에 와서 하루 이틀 지나면 딱 먹기 좋은 상태가 된다. 바나나를 사면 바로 다 먹는 집도 있지만, 아이 간식으로 두고두고 먹는 집은 대부분 며칠에 걸쳐 먹게 된다. 그럴 땐 처음부터 ‘조금 덜 익은 바나나’를 고르는 게 오히려 전체적으로 안정적이었다. 이 기준을 잡고 나서부터는 바나나를 버리는 일이 확실히 줄었다.
껍질의 눌린 자국은 생각보다 치명적이다
바나나는 껍질이 두꺼워 보여서 괜찮을 것 같지만, 한 번 눌린 자국이 있으면 그 부분부터 속이 상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운반 과정에서 찍힌 듯한 검은 자국, 손가락으로 눌린 듯한 멍이 넓게 퍼진 흔적이 있는 바나나는 집에 와서 까보면 이미 과육이 물러 있는 경우가 있었다. 겉에서 멍이 작아 보여도 속이 크게 퍼져 있는 경우도 있어서 더 난감했다.
그래서 요즘은 바나나를 고를 때 ‘앞면’만 보는 게 아니라 옆으로 한 번 돌려서 바닥에 닿았던 면까지 확인한다. 특히 송이 안쪽에 숨어 있는 눌림이 없는지 보는 편이다. 작은 갈색 점(스폿)은 오히려 익었다는 표시라 괜찮지만, 넓게 번진 검은 멍이나 찢어진 상처는 피한다. 이 기준은 여러 번 까보고 실망한 끝에 생겼다. 손이 조금 더 가더라도, 나중에 버리는 것보다 훨씬 낫다.
송이째 볼 때는 줄기 상태와 ‘익는 속도’를 같이 본다
마트 바나나는 대부분 송이째 판매되기 때문에 줄기 상태가 중요하다. 줄기 부분이 너무 마르거나 갈라져 있으면 보관 기간이 꽤 지난 경우가 많았고, 집에 와서도 숙성이 한꺼번에 확 진행되는 느낌이 들었다. 반대로 줄기가 비교적 단단해 보이고, 색이 깔끔한 편이면 상태가 나은 경우가 많았다. 사실 줄기만 보고 신선도를 완벽히 판단할 수는 없지만, 실패를 줄이는 데는 꽤 도움이 됐다.
또 하나는 송이 안에서 바나나 크기가 너무 들쭉날쭉한지 확인하는 것이다. 예전에 크기 차이가 큰 걸 샀다가 작은 것부터 먼저 물러지고, 큰 건 아직 덜 익어서 타이밍 맞추기가 애매했던 적이 있다. 아이가 먹는 속도도 일정하지 않다 보니, 익는 속도가 고르게 가는 게 제일 편했다. 그래서 요즘은 크기가 비슷하게 달린 송이를 선호한다. “한 송이를 샀을 때 며칠 동안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보는 편이다.
바나나는 집에 와서 보관을 조금만 바꿔도 오래 간다
바나나를 잘 골랐다고 끝이 아니다. 집에 와서 보관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숙성 속도가 달라진다. 예전에는 사과랑 같이 과일 바구니에 두었는데, 그럴수록 더 빨리 무르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과일끼리 내는 가스 때문에 숙성이 빨라질 수 있다고 해서, 이후로는 바나나는 다른 과일과 조금 떨어뜨려 둔다.
요즘은 바나나를 사 오면 줄기 부분만 랩으로 감싸서 둔다. 이게 엄청난 비법이라기보다는, 내 기준에서는 확실히 “하루 이틀 더 버티는”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너무 익기 전에 몇 개는 냉동실에 넣어둔다. 껍질을 벗겨 지퍼백에 넣어두면 스무디나 우유와 갈아 먹기 좋고, 아이 간식으로도 활용하기 편하다. 이렇게 하면 ‘먹기 좋은 타이밍’이 지나 버려서 통째로 버리는 일을 줄일 수 있었다.
기준이 생기니 장보기가 편해지고, 버리는 것도 줄었다
예전에는 바나나 코너 앞에서 한참을 고민했다. 하나 들어보고 내려놓고, 색을 비교하고, 다시 들어보고… 그러다가 결국 대충 집어오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기준이 있다. 너무 노랗지 않은지, 눌린 자국은 없는지, 줄기 상태가 괜찮은지, 송이 크기가 너무 들쭉날쭉하지 않은지. 이 정도만 보면 된다. 장보는 시간이 줄어든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집에 와서 버리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아이도 바나나를 더 잘 먹는다. 너무 물러서 손에 묻는 바나나는 싫어하는데, 적당히 단단한 바나나는 한 개를 금방 먹는다. 바나나는 흔한 과일이지만 실패가 잦았던 만큼, 기준이 생기니 만족도가 훨씬 높아졌다. 완벽한 바나나를 고르겠다는 생각보다는, 실패 안 하는 바나나를 고른다는 마음이 훨씬 편하다.
정리하자면, 바나나는 ‘지금 당장 예쁘게 익은 것’보다 ‘며칠 동안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상태’를 고르는 게 현실적이다. 연두빛이 살짝 남은 색, 눌린 자국 없는 껍질, 줄기 상태, 그리고 집에 와서의 보관 방식까지 조금만 신경 쓰면 바나나 때문에 후회하는 일은 확실히 줄어든다. 다음 장볼 때는 바나나 코너에서 덜 고민하고, 더 자신 있게 고르게 될 거다.